런던의 스카이라인은 단순한 도시 전경을 넘어, 현대 건축의 아이콘이자 도시 정체성을 담은 문화적 상징입니다. 특히 'Cheesegrater', 'Walkie-Talkie', 'The Gherkin'과 같은 별명들은 그 외관의 독특함뿐 아니라 대중과의 친밀한 소통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별명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그 속에 담긴 건축적 의도와 문화적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Cheesegrater의 유래와 건축적 의미
Cheesegrater는 공식 명칭으로는 'The Leadenhall Building(리덴홀 빌딩)'으로, 런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고층 빌딩입니다. 이 별명은 건물의 비스듬한 외형이 치즈 강판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붙여졌습니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단지 외관상의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법적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최대의 공간 활용을 하기 위한 결과물입니다. 건물이 위치한 장소는 세인트 폴 대성당의 조망권을 보호해야 하는 ‘시티 뷰 보호 정책’이 적용되는 구역입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건축가는 남쪽 면을 가파르게 경사지게 설계하였고, 그 결과 강판 모양의 외관이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Cheesegrater라는 별명은 도시 정책과 설계 아이디어가 결합된 결과로, 단순한 시각적 비유를 넘어선 건축적 전략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건축 철학인 '기계적 기능의 외부화'도 이 건물에 반영되어 있어, 엘리베이터와 같은 구조적 기능을 외부에 노출시킴으로써 기능성과 미학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이처럼 Cheesegrater는 단순한 외형을 넘어, 도시 규제, 설계 전략, 그리고 철학적 의도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Walkie-Talkie의 이름과 논란
Walkie-Talkie는 공식 명칭으로 ‘20 Fenchurch Street’라 불리는 건물로, 런던에서 가장 독특하고 논란이 많은 빌딩 중 하나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건물 상단이 넓게 퍼지는 형태가 무전기(Walkie-Talkie)의 안테나 모양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친근한 별명과는 달리, 해당 건물은 설계 초기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14년, 이 건물의 곡면 유리 외벽이 햇빛을 반사하여 거리의 자동차와 상점 간판을 녹이거나 손상시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현상은 ‘데스 레이(Death Ray)’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했으며, 결국 건물 상단에 차양을 추가하는 공사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도시 설계와 자연환경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재조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Rafael Viñoly)는 애초에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유사한 반사광 문제를 겪은 바 있으며, 런던에서도 같은 오류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alkie-Talkie는 런던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 구성 요소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상단에 위치한 'Sky Garden'은 무료 전망대이자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Walkie-Talkie라는 별명은 단순한 외형 묘사를 넘어서, 이 빌딩이 갖고 있는 긍정적·부정적 의미를 모두 함축하고 있습니다.
건축물 별명 문화의 의미
런던은 전통적으로 건축물에 공식적인 이름보다 대중적인 별명을 부여하는 문화가 강하게 존재합니다. 이는 건축을 단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일반 시민의 생활과 인식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줍니다. Gherkin(오이), Shard(조각), Can of Ham(햄 통조림) 등 다양한 별명들은 모두 외형적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는 시민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려는 사회적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별명 문화는 언론과 SNS의 확산으로 더욱 빠르게 정착되며,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herkin은 공식 명칭보다도 별명이 훨씬 더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별명을 기준으로 목적지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명확한 브랜딩 효과를 창출하는 동시에 도시의 이미지를 보다 친근하게 형성합니다. 또한 건축계에서는 이러한 별명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회적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건축가와 개발자들이 외형에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만드는 동시에, 대중의 시선을 고려한 설계를 유도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화는 도시와 시민 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도시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런던의 고층 빌딩들은 단지 하늘을 찌르는 구조물 그 이상입니다. Cheesegrater, Walkie-Talkie와 같은 별명은 외형적 특징뿐 아니라, 도시 설계의 한계, 건축 철학, 대중과의 소통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음 런던 여행 때는 이들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