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에서 템즈강을 따라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시간의 기준이 되는 도시 그리니치(Greenwich)에 도착합니다. 세계적인 천문대와 해양 박물관, 넓은 공원과 고즈넉한 마켓까지 갖춘 이곳은 바쁜 런던 도심과는 또 다른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공간입니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는 그리니치 반나절 일정을 소개합니다.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충분한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동선과 테마를 고려한 일정입니다.
템즈강을 따라 배를 타고, 이동도 여행이 됩니다
그리니치로 이동하는 가장 추천할 만한 방법은 템즈강 수상버스(Uber Boat)입니다. 웨스트민스터, 타워브리지, 런던 브리지 등에서 출발하여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런던아이, 세인트 폴 대성당, 타워브리지 등 주요 명소를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유람선에서 느끼는 공기의 결이 다르고, 수면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런던의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배에서 내리면 바로 그리니치 피어(Greenwich Pier)에 도착하며, 모든 명소가 도보 5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 편리합니다.
커티 사크와 해양 박물관 – 바다의 도시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리니치 피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티 사크(Cutty Sark)입니다. 19세기에 가장 빠른 범선 중 하나였던 이 배는 지금은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배 아래를 걸을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선체 내부에서는 당시 선원들의 생활상, 무역항로, 선박 구조에 대한 자료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 단순한 배를 넘어 해양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포인트입니다.
도보로 2분 거리에는 국립 해양 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이 있습니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영국의 항해 역사, 대항해 시대, 해양 지도 등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전시 외에도 넓은 내부 카페와 기념품 숍도 잘 갖추어져 있어, 잠시 쉬어가며 여유를 즐기기에도 적합한 장소입니다.
점심은 마켓에서, 풍경은 언덕 위에서 즐깁니다
점심은 그리니치 마켓(Greenwich Market)에서 간단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스트리트푸드부터 채식 메뉴, 디저트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오픈 키친 스타일의 가판대에서는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식사가 가능합니다. 좀 더 전통적인 식사를 원한다면, 파이와 매시로 유명한 Goddards at Greenwich도 좋은 선택입니다.
식사 후에는 그리니치 파크(Greenwich Park)로 향합니다. 넓고 평화로운 공원을 따라 천천히 언덕을 오르면,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세계 경도 0도선(Prime Meridian Line)이 지나는 장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남기기 위해 찾습니다. 언덕 위에서는 도심을 향해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전망 외에도 천문대 내부에는 시계와 시간 측정 기구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 시간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런던 속에서 가장 여유로운 반나절입니다
그리니치에서의 반나절은 짧지만 인상 깊은 시간을 선사합니다. 천문학, 해양 역사, 정원과 전망, 그리고 강변의 여유가 조화를 이루는 이 지역은 런던의 또 다른 면모를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산책과 가족 나들이 명소로 사랑받는 만큼, 런던을 다채롭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일정을 마친 뒤에는 다시 수상버스를 타고 템즈강을 따라 돌아오거나, DLR 열차를 이용해 런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 중심의 런던 여행에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그리니치는 언제나 정답이 되어줍니다. 한 템포 느린 런던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코스를 따라 여유를 걸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