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현대적인 도시이자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런던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대 로마 시대의 흔적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유적지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런던 근교의 대표적인 로마 유적지를 소개하며, 여행 팁과 함께 유익한 역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특히 역사 애호가, 가족 단위 관광객, 문화 체험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알맞은 코스를 중심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세인트 올번스 - 로마 도시 베루라미움의 흔적
세인트 올번스(St Albans)는 런던에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로마 시대에는 ‘베루라미움(Verulamiu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로마 제국이 영국을 통치하던 시기의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현재도 다수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적은 베루라미움 공원(Verulamium Park) 내에 있는 로마 유적 박물관과 원형극장(Amphitheatre)입니다. 박물관에서는 당시 사용된 도자기, 모자이크 바닥, 목욕탕 유물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모형 도시도 함께 있어 로마 시대 도시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모자이크 바닥은 실물로 직접 볼 수 있어 당시 장인 정신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인트 올번스의 시내 중심에도 로마 성벽과 도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박물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접근성도 좋고 분위기도 평온해 가족 단위나 개인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당일 코스로 추천됩니다.
바스 - 고대 로마 욕장의 중심지
바스(Bath)는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로, 이름 그대로 고대 로마의 목욕 문화가 잘 보존된 곳입니다. 이곳의 로마 유적은 다른 지역보다도 규모가 크고 복원이 잘 되어 있어, 로마시대 생활상을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바스의 핵심 유적지는 로만 바스 박물관(Roman Baths Museum)입니다. 실제 온천수와 함께 남아 있는 고대 욕장은 놀라울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당시의 난방 구조, 탈의실, 배수 시스템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상과 음향 효과를 활용한 전시 기법은 관람객에게 큰 몰입감을 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도 적합합니다. 로마 유적 외에도 조지안 건축, 바스 대성당, 제인 오스틴 센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함께 있어 하루 일정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바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여행지로서의 매력도 탁월합니다.
실체스터 - 시골 속에 잠든 로마 도시 칼레바
햄프셔(Hampshire) 지역에 위치한 실체스터(Silchester)는 로마 시대에 ‘칼레바 아트레바툼(Calleva Atrebatum)’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도시였습니다. 현재는 조용한 농촌 마을처럼 보이지만, 유적만큼은 영국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유적은 로마 성벽입니다. 약 2km 길이의 석조 성벽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으며, 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원형극장의 잔해도 확인할 수 있으며, 계절마다 고고학 발굴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학술적 체험도 가능합니다. 실체스터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다소 불편하나,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비교적 수월하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히 역사 유적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도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로마 도시의 흔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드문 경험을 선사합니다.
런던 근교에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서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로마 유적지가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세인트 올번스의 도시형 유적, 바스의 대규모 복원 욕장, 실체스터의 조용한 시골 유적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여행자들의 취향을 만족시켜 줍니다. 당일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이들 유적지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시간 여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영국 여행 중, 고대 유적지를 찾아보고 싶다면, 고대 로마의 숨결을 찾아 한 걸음 나아가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