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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중 한국을 만나다 – 한국전 참전 기념비

by curatedpath 님의 블로그 2025. 6. 22.

기념비에 새겨진 이름들 사이로 놓인 붉은 양귀비 꽃.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장면.
영국에서는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붉은 양귀비꽃( poppy)을 가슴에 달거나 기념비에 바치는 전통이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5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가슴 아픈 역사를 우리와 함께 기억하는 또 하나의 나라, 영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런던 한복판에,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습니다.

 

런던 중심부, 웨스트민스터의 분주한 거리와 템즈강 사이. 그곳의 한적한 정원 안에는 영국과 한국의 깊은 인연을 상징하는 하나의 조형물. 바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Korean War Memorial)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함께했던 이름들

한국전쟁(1950-1953) 당시,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였습니다.
8만 명 이상의 영국군이 참전했고,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낯선 땅, 한국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고, 그중 많은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기념비는 그런 영국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2014년, 대한민국 정부와 런던시가 함께 세운 조형물입니다.

검은색 화강암 기둥에는 “The British Korean War Veteran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조용히 머리를 숙인 영국군 병사의 청동 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무장을 하고 있지만, 자세는 경계라기보다 고요한 묵념에 가깝습니다.
그 모습에서 전쟁의 고통과 평화를 향한 염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웨스트민스터, 기억을 품은 공간

이 기념비는 템즈강을 따라 이어지는 Victoria Embankment Gardens 한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이 정원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정돈하기 참 좋은 장소입니다.

웅장한 국회의사당과 빅벤, 런던아이 등 주요 명소에서 도보 5-10분 거리에 있어 여행 중 복잡한 일정을 잠시 쉬어가는 조용한 여백 같은 공간이 되어줍니다.

 

이 정원에서는 평화로운 녹음과 템즈강의 흐름을 바라보며 전쟁과 평화, 그리고 한국과 영국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 할아버지, 혹은 친구의 이름이 기억된 장소.

우리가 발을 디딘 이 도시에 한국과 연결된 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은 충분히 의미 있는 방문지가 됩니다.

 

 

단지 기념비 그 이상

한국인으로서 이 기념비를 찾는다는 건, 조금 더 특별한 감정을 안겨줍니다.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먼 타국에서 생명을 바친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 또한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그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떠올리며 잠시 조용히 머물러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감사의 마을을 건네는 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자체로 울림 깊은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6월 25일 전후로 런던을 방문하신다면, 경건한 마음으로 이곳에 잠시 들러 조용한 발걸음을 하는 것도 더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위치 정보

  • 주소: Victoria Embankment Gardens, Westminster, London WC2R
  • 가까운 역: Westminster / Embankment Station
  • 입장료: 무료
  • 소요 시간: 약 15~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