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위해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필수로 하는 것이 있죠. 바로 환전입니다. 이때 지폐 속 인물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주요 인물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화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문화와 가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 지폐에 담긴 인물들을 통해 그 의미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지폐에는 단순한 화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각각의 지폐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디자인되며, 이 인물 선정은 영국의 역사, 문화,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본 글에서는 5파운드, 10파운드, 20파운드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왜 선택되었는지, 어떤 배경과 상징을 담고 있는지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영국 화폐에 숨겨진 이야기와 그 안의 위인들을 통해 한 나라의 정체성과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5파운드 지폐 - 윈스턴 처칠
5파운드 지폐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이 등장합니다. 그가 이 지폐에 선정된 것은 단순한 정치인의 초상을 넘어서, 영국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처칠은 "피, 수고, 눈물, 땀(Blood, toil, tears and sweat)"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국민들을 단결시켰고,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가 지폐에 등장한 시점은 2016년으로, 5파운드 지폐가 종이에서 플라스틱 소재로 전환되면서 새롭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뒷면에는 처칠의 모습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궁전, 그리고 그의 명언이 함께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정치인이나 전쟁 영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한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처칠이 선정된 이유 중 하나는 ‘국민 통합’과 ‘리더십’이라는 가치입니다. 5파운드 지폐는 가장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지폐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인물로 처칠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는 또한 미래 세대에게도 처칠의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려는 교육적 목적도 포함됩니다.
10파운드 지폐 - 제인 오스틴
10파운드 지폐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등의 작품을 통해 18~19세기 영국 사회의 계급, 결혼, 여성의 삶 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등장은 문학의 힘, 그리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력을 인정하는 현대 영국의 가치를 반영합니다.
그녀가 지폐에 등장한 것은 2017년부터이며, 영국중앙은행은 문학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10파운드 지폐는 사용 빈도가 높고, 교육 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지폐이기 때문에 문학과 창의성의 상징으로서 제인 오스틴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오스틴의 초상화와 함께 지폐에는 그녀의 유명한 문장 “나는 나만의 가정을 상상하는 것 외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여성이 창작과 자아를 추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여성 작가로서의 상징성과 함께 문학적 위상까지 두루 갖춘 선택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제인 오스틴이 단지 문학사적인 인물에 그치지 않고, 성평등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현대적인 의미로 재조명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파운드 지폐 - J.M.W. 터너
20파운드 지폐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M.W. Turner)가 등장합니다. 그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활동하며, 빛과 색채를 활용한 대담한 풍경화로 영국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자연과 인간 감정의 상호작용을 탐구한 깊이 있는 예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터너가 2020년부터 20파운드 지폐에 선정된 이유는 예술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고, 특히 영국 미술이 세계 예술사에 끼친 영향을 인정하기 위함입니다. 그는 산업혁명과 근대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활동하며,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넘어 미래적인 표현 방식을 개척했습니다. 이러한 창의성과 도전 정신은 현대 영국이 추구하는 혁신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폐 뒷면에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 중인 터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템스강 위의 화물선(The Fighting Temeraire)’이 인쇄되어 있으며, 이는 산업시대의 전환점과 노스탤지어를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 외에도 유언장에 남긴 터너의 서명이 함께 삽입되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20파운드 지폐는, 유통량도 많고 수집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예술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영국이 문화 강국임을 강조하는 문화외교적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영국의 지폐는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역사적 상징성과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매체입니다. 5파운드에는 국민 통합의 상징인 윈스턴 처칠, 10파운드에는 여성 창작자의 힘을 보여주는 제인 오스틴, 2
0파운드에는 예술 혁신의 아이콘 J.M.W. 터너가 각각 선정되어, 각 지폐가 가진 상징성과 목적에 맞게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국 화폐에 담긴 인물들을 통해 한 나라의 철학과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만큼, 다음에 지폐를 사용할 때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