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잉글랜드 남부의 왕실 유산 (윈저성, 바스, 포츠머스)

by curatedpath 님의 블로그 2025. 7. 10.

회색 석조로 지어진 윈저성의 견고한 외벽, 배경에는 성 내부 구조물이 보이는 풍경
영국 왕실의 역사적 거처, 윈저성의 외곽 성벽

 

잉글랜드 남부 지역은 영국 왕실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윈저성, 바스, 포츠머스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영국 왕실의 흔적과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자 유적지입니다. 이 세 지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왕실과 연결되어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남부 잉글랜드를 여행하며 왕실의 역사와 유산을 체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핵심 장소들입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교육·건축·군사 전략 등 여러 분야에서 왕실과 깊이 얽혀 있어 역사적 배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윈저성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왕실 거주지

윈저성(Windsor Castle)은 9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왕실의 공식 거처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재 사용 중인’ 왕궁입니다. 윈저성은 노르만 왕 윌리엄 1세가 전략적인 위치에 건설한 이후, 모든 영국 군주들이 이곳을 사용해 왔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주말마다 이곳에서 머물렀습니다. 2022년 여왕 서거 이후에도 윈저성은 국가적 추모 공간이자 왕실의 상징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성은 단지 거주 공간일 뿐 아니라 수백 년간 국가적인 의식과 왕실 결혼식이 열렸던 장소로, 역사적인 순간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성 조지 예배당에서 거행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성 조지 예배당은 왕실 결혼식 외에도 여러 군주의 장례식과 왕실 훈장 수여식이 열리는 중심 공간입니다.

관광객들은 윈저성 내부의 국왕 갤러리(State Apartments),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퀸 메리의 돌 하우스(Queen Mary’s Dolls’ House),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근위병 교대식도 열려 버킹엄궁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전통 의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윈저성 주변 지역은 상점, 전통 찻집, 역사적인 거리로 이어져 있어 왕실 문화와 현대적인 도시 분위기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윈저성은 왕실의 생활과 정치, 문화적 기능이 모두 집약된 대표적인 남부 유산입니다.

바스 – 왕실과 고전 로마가 만난 도시

바스(Bath)는 온천으로 유명한 고도이자, 18세기 왕실과 귀족 사회의 휴양지로 각광받았던 도시입니다. 로마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온천 문화가 현대까지 살아 있으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특히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에는 왕실과 상류층이 이곳을 휴식과 치료의 공간으로 이용하며 바스가 고급 사회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조지 1세부터 조지 4세까지의 왕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하였고, 왕실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바스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도 성장했습니다. 당시 건축가 존 우드와 같은 인물들이 조성한 ‘로얄 크레센트(Royal Crescent)’와 ‘더 서커스(The Circus)’는 왕실 취향을 반영한 대표 건축물로 꼽히며, 지금도 고풍스러운 도시 분위기를 만듭니다.

바스는 단지 휴양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제인 오스틴과 같은 작가들이 작품 속에 묘사할 만큼 영국 문화의 상징적인 배경이 되었습니다. 또한 바스 대성당(Bath Abbey)은 과거 영국 왕들의 대관식이 치러졌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며, 관광객들에게는 역사와 미적 감동을 동시에 주는 명소입니다. 이 도시의 건축 양식과 대칭적인 도시 설계는 조지 왕조 시대 왕실의 미적 기준과 생활 양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바스는 전통적인 온천욕과 함께 고급스러운 왕실 문화의 잔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도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포츠머스 – 해군력과 왕실의 전략적 기지

포츠머스(Portsmouth)는 잉글랜드 남부 해안에 위치한 전략 요충지로, 영국 해군의 본거지이자 역사적으로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도시입니다. 특히 16세기 헨리 8세 시절부터 왕립 해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영국이 세계 해양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지로 기능했습니다. 해양 전쟁과 식민지 개척의 중심지였던 만큼, 왕실은 이곳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실현해 왔습니다.

가장 유명한 유산 중 하나는 ‘메리 로즈(Mary Rose)’입니다. 이는 헨리 8세 시절 왕립 해군의 전함으로, 1545년 프랑스와의 전투 중 침몰하였다가 수 세기 뒤에 인양되어 현재는 포츠머스 역사 항구(Historic Dockyard)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영국 왕실 해군의 발전 과정과 함께, 당시 왕들의 군사 전략과 기술력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또한 넬슨 제독의 전함 ‘HMS 빅토리(Victory)’도 이곳에 보존되어 있어 영국 해양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은 실제 배 내부를 체험하며 왕실과 해군이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생생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포츠머스 해군 기지는 현재도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왕실 방문이나 군사 퍼레이드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도시입니다. 포츠머스는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니라, 왕실과 영국의 국력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윈저성, 바스, 포츠머스는 각각의 방식으로 영국 왕실의 역사와 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들입니다. 이 세 지역은 건축과 문화, 군사 전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왕실의 흔적을 보여주며, 잉글랜드 남부를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으로 만들어줍니다. 영국의 뿌리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남부 지역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깊은 역사적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